[기사] 가요순위폐지 ''눈가리고아웅'' (카인즈)
"10대 위주 편성의 구조적 원인이 돼온 순위제도를 없애고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생방송 SBS 인기가요'의 순위제도를 폐지합니다."(SBS)
"순위를 폐지한다더니 '뮤티즌SONG' 'TAKE7'은 뭡니까. 이름만 바꿔서 똑같이 순위제도 유지하는 것 아닙니까. 또 출연하는 가수들도 여전히 모두 10대 위주의 댄스나 발라드 가수들이더군요."(네티즌)
SBS는 지난달 9일부터 '생방송 SBS 인기가요'의 순위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제작진은 최신 인기가요와 함께 재즈, 록 등 비주류 장르의 대중음악이나 성인가요 등을 적절하게 배합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순위제 폐지선언 후 한 달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방송에 나오는 가수들은 10대 위주이고 교묘한 형태로 순위 아닌 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생방송 SBS 인기가요'는 방송 시작과 함께 'TAKE7'에 해당되는 7팀의 가수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네티즌 투표에 의해 1위(?)에 해당되는 '뮤티즌SONG'을 발표한다. 'TAKE7'와 '뮤티즌SONG'은 한주간 '인기가요' 홈페이지를 통해 추천된 수에 따라 선정된다.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god의 '편지'가 뮤티즌SONG에 선정됐다. 사회자가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영예의(?)' 뮤티즌SONG을 발표하는 모습은 순위제 폐지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TAKE7'나 '뮤티즌SONG'를 보고 있자면 한달 전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를 주장하던 제작진의 의도는 온데간데 없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비판의 글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순위폐지'에 대한 내용들이다.
순위제에 대한 비판의 가장 큰 이유는 선정방식의 공정성에 있다. 대중음악의 순위를 매기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순위가 결정되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되는 'TAKE7'와 이를 바탕으로 매겨지는 '뮤티즌SONG'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출연진도 여전히 10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추천수라는 출연가수 선정방식의 특성상 당연히 10대 위주의 가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2일 방송된 '인기가요'의 출연진은 CB MASS, 클릭B, 노을, 성시경, 별, 5tion, CLEO, 한경일, 혜련, 카밀라, 린 등이다. 출연가수들이 대부분 10대를 겨냥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은 폐지전과 똑같다. 오히려 노을, 별, god 등 이른바 '박진영 사단'의 가수가 3팀이나 출연하는 등 제작진이 밝힌 '다양성'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 이동연 운영위원장은 "잘못된 순위제 폐지는 '신인가수의 발굴'을 내세워 대형기획사와 방송사간의 '검은 고리'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에 못 이겨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교묘한 방법으로 (순위제를) 부활시키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방송사측에서는 인터넷, ARS, 음반판매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순위를 매긴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정성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용성기자
ysahn@segye.com
◇지난달 순위제 폐지를 선언했던 '생방송 SBS 인기가요'가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순위를 매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출처- 카인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