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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지난 7월 소속연예인들의 MBC 출연을 거부한 사건은 연예인의 높아진 위상을 새삼 돌아보게 했다.
연제협은 6월 17일 MBC TV ‘시사매거진 2580-연예인 대 매니저 한일 비교’편이 연예계의 실상을 왜곡 보도하고 제작자들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가수, 탤런트, 개그맨 등 소속 연예인들의 MBC 출연거부를 강행했다.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 파문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연예계와 MBC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 달 이상 지속됐다. 연예인들의 출연거부로 MBC TV ‘생방송 음악캠프’ ‘목표달성 토요일’ 등 오락프로들의 제작이 차질을 빚었다.
연예제작자들이 MBC에 대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데에는 평소 연예인에 대한 방송 프로듀서들의 고압적인 자세 등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출연거부를 통해 방송사측에 과거의 불평등 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를 요구한 것이다.
이 사건은 오락프로 등으로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리는 방송사가 여기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연예계에 확산시켰다. 이를 계기로 MBC는 가요순위프로 ‘생방송 음악캠프’의 순위방식을 바꾸고 립싱크 가수의 출연을 금지하는 등 TV프로그램의 개혁을 단행했다.
KBS, MBC, SBS 등 공중파 3사의 가요순위프로가 립싱크 댄스가수를 양산하는 진원지라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연대모임(대개련) 등이 올들어 가요순위프로 폐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개련의 활동으로 KBS 2TV ‘뮤직뱅크’가 8월부터 가요순위제를 폐지했고 MBC TV ‘생방송 음악캠프’는 집계방식을 바꿨다.
대개련은 지난 3월부터 온라인과 거리 서명운동을 통해 가요순위프로 폐지를 공론화했으며, 이외에도 공청회를 통해 음반유통 문제 등 국내 대중음악계의 체질개선을 위한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5년여 동안 십대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5인조 댄스그룹 HOT는 지난 5월 장우혁, 이재원, 토니안 등 3명이 팀과 결별을 선언하고 소속사를 옮김으로써 사실상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HOT 팬들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HOT 해체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존 소속사에 남은 HOT의 나머지 멤버 강타와 문희준은 신곡 ‘북극성’과 ‘얼론(Alone)’을 각각 발표해 가요차트 1위에 올려놓는 등 솔로가수 변신에 성공했다.
HOT와 더불어 높은 인기를 누려온 god는 멤버 가운데 박준형이 소속사인 사이더스로부터 퇴출당했다가 복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속사측은 탤런트 한고은과의 공개적인 연애로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박준형을 강제 퇴출시켰다가 9일만에 이를 철회했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박준형 퇴출 소동’에 대해 “공개적인 연애로 생길 수 있는 팬들의 여론악화를 차단하고 새로 발매될 앨범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소속사의 계산된 전략”으로 보기도 했다.
가수 서태지와 이재수 사이에 벌어진 ‘컴백홈’의 패러디 갈등은 소송사태로 번졌다. 결국 법원은 이재수의 패러디곡 ‘컴배콤’에 대해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저작권 문제와 결부된 패러디의 허용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병무청이 지난 4월 병역미필 국외 이주자들의 병역의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90년대 이후 급증한 해외파 연예인들의 입대문제가 관심거리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인기가수 유승준 등은 신체검사 후 군입대를 앞두게 됐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편집앨범이 정규앨범의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고 음반시장 전체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연제협과 음반판매상 등이 편집앨범에 대한 제재를 선언했지만 탤런트 이미연을표지인물로 내세운 ‘연가’가 크게 성공을 거둔 뒤 ‘애수’ ‘러브’ ‘동감’ 등 다양한 종류의 편집앨범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김건모가 신곡 ‘미안해요’ ‘짱가’ 등을 크게 히트시키며 한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옛 인기를 회복한 것은 중견급 가수들에게 힘을 줬다. 데뷔초에 ‘얼굴없는 가수’로 행세했던 왁스와 브라운아이즈가 정상급 인기가수로 발돋움한 것도 눈에 띄며, 70-80년대에 구수한 목소리로 인기를 누렸던 오승근이 신곡 ‘있을 때 잘해’를 들고 노래활동을 재개한 것은 ‘인물난’을 겪는 트로트계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해 10월 ‘사기계약’ 파문으로 중단됐던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이 올해들어 재개됐다. 이에 따라 안재욱, 베이비복스, NRG 등이 중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아시아권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주도했다. 서태지와 자우림은 일본시장에 진출, 국내 대중음악 시장을 해외로 넓혔다.
대중가수 1세대로서 일제시대 이후 활동해온 ‘선창’의 고운봉, ‘알뜰한 당신’의 황금심이 올해 타계했다. ‘아침 이슬’의 주인공 양희은은 데뷔 30주년, ‘영암 아리랑’ ’물새 한 마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부른 하춘화는 데뷔 40주년을 맞아 각각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공연을 했다.
싱어송라이터 예민이 지난 9월부터 강원도 영월 등 산골 분교를 찾아다니며 자선공연을 벌이고 있는 것은 상업주의가 팽배한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국내 처음으로 재즈전문 레이블 ‘레브(Reve)’가 설립된 것은 재즈음악의 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미디어신나라가 집계한 올해 최고 베스트셀러 앨범은 12월 4일 현재 166만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 편집음반 ‘연가’이다.
이어 그룹 god의 ‘길’(143만장), 김건모의 ‘미안해요’(135만장), 조성모의 ‘잘가요 내 사랑’(99만장),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62만장), 쿨의 ‘점포맘보’(59만장),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50만장), 강타의 ‘북극성’(48만장), 신화의 ‘와일드아이즈’(42만장),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41만장)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팝음반은 편집음반 ‘맥스 8’이 23만장으로 1위를 차지했다. 1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은 영화 ‘코요테 어글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웨스트라이프의 ‘코스트 투 코스트’,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베스트앨범, 시크릿 가든의 ‘드림캐처’ 등 4장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판매실적이 저조했다. [연합]
최종 편집: 2001년 12월 09일 12:54:22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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