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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아~% (2001-12-29 11:47:21, Hit : 350, Vote : 0)
호이야, 나 엉덩이 한 번만 세개 걷어차줄래?
나 오늘 또 떨어졌다.
벌써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경험하는 낙방이야.
정말 구제불능인 건지 어떻게 된 게 할 때마다 그야말로 백전백패다.
언제까지 이 놈의 낙방주를, 씁쓸한 고배를 마셔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진종일 인터넷 연결해놓고 발표나기만 기다렸는데 또 불합격이란다.
세상 좋지? 직접 전화 걸어서 물어봤더라면 무지하게 X팔렸을 텐데 말이야.
친구 녀석은 오늘 도로주행에 합격해서 좋아라 하는데 나는 이 꼴이 뭔지 모르겠다.
원래 친구들하고 오늘 저녁 함께 먹기로 했는데 내가 취소시켜 버렸다.
때마다 겪는 일인데도 아직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아량은 생기지 않은 모양이야.
그게 더 X팔리는 일이었다.
낙방해서 이런 기분으로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불쌍한 놈처럼 위로 받고...
솔직히 그냥 딱 죽고 싶더라. 이불 뒤집어 쓰고 아까까지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쏟아냈다.
호이 웃는 얼굴이나 보면서 딴 생각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처럼 소심하고 뭐 하나 잘 하는 거 없는 백수 팬도 착한 호이는 이해하고 좋아해 줄 텐데...
아무도 모르지만 한 땐 나도 꿈이 있었거든?
예전엔 글줄 꽤나 쓴다는 소리 들었고, 이래저래 상도 꽤나 탔었어. 그래, 유일한 자랑거리지.
난 방송작가가 무지 되고 싶었어. 호이 너 데뷔하기 훨씬 전부터 말이야.
'아들과 딸'이랑 '젊은이의 양지'를 보면서 살아있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어.
시덥잖은 사랑타령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진실된 삶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꿈은 커녕 밥벌이나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도 참 힘들다.
'길'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처럼 나는 지금 어디에 왜 이렇게 서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꿈이 있을 땐 모든 게 너무 즐겁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는데 지금 내 모습은 너무 다르다.
이렇게 실패의 쓴 잔만 계속 마시다보니 어느 새 젊음의 객기도 다 사라져 버린 거 같아. 슬퍼.
호이야, 넌 사람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희망을 주는 천사잖아.
아직 누군가의 위로를 고맙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이건 어떨까?
무기력하고 나태한 젊은(?) 백수 엉덩이 한 번만 '뻥'하고 세게 차 주지 않을래?
"이 게으름뱅이야.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 젊은 녀석이 세상 다 산 것처럼 왜 그래?"
하고 정신이 바짝들게 나 혼 좀 내주라. 오늘은 내가 호이 너한테 혼 좀 나야겠다.
그리고 호이야, 하나만 더 해줄래?
나 다음에는 꼭 친구녀석들과 축하주 나눌 수 있도록 이제 더 실패하지 않도록 기도해주라.
그리고 언제가 되든 내 꿈 다시 이룰 수 있게 희망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줘.
나 오늘 하루만 더 울면 되는 거지? 그치?
그래도 네가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 오늘 같은 날엔 너 떠올리면 되잖아.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 진짜 사랑해.
2001년 12월 28일 많이 아픈 날
p.s. 하루 지나고 나니까 또 기사 한 건 터졌네요..
담담하기 그지 없는 퓨어인의 모습이 보기 좋네요.
'2001 최악의 기자'라고 정평이 난 위대한(?) 정 기자의 기자근성...
2002년에도 계속 되겠죠? 쭈욱...(정 기자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열애설 낼라치면 일간 스포츠 한 부를 그냥 호영이 기사로 채울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오늘은 오랜만에 재민이 만나는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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