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라울 미동(Raul Midon)은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다. 빼어난 기타 솜씨에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 게다가 작곡 실력까지 두루 갖췄다. 지난해 미국에서 내놓은 생애 첫 앨범 ‘State of Mind’로 일찌감치 스타 자리를 예약한 팔방미인. 그의 다양한 재능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앨범이 최근 국내 발매됐다.
수록된 14곡이 모두 자작곡. 타이틀곡 ‘State of Mind’는 연주자로서의 재능과 목소리의 매력을 맘껏 뽐내는 곡이다. 분절적으로 끊어치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일품이다. 이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분명 흑인의 그것이지만, 그렇다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은 아니다. 팝적으로 적당히 중화된 음색. 어쩌면 요즘 취향에 더 어울릴 법하다. 2번 ‘If You‘re Gonna Leave’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발라드. 한국에서는 타이틀곡보다 오히려 더 인기를 얻을 듯하다.
‘맨하탄’ 레이블은 이 신예를 ‘물건’으로 만들기 위해 유명인사들을 대거 출동시켰다. 7번 ‘Expressions of Love’에서는 스티비 원더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고, 12번 ‘I Would Do Anything’에서는 재즈 플루티스트 데이브 발렌틴이 참여해 아프로－쿠반 뮤직을 선보인다. 그밖에도 함께 연주하는 면면들이 화려하다.
라울 미동은 20년 전 ‘매직 터치’로 데뷔했던 ‘블루노트’ 레이블의 흑인 기타리스트 스탠리 조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튕겨대던 스탠리 조단보다 훨씬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흑인음악의 모든 장르뿐 아니라 포크와 팝, 심지어 레게와 플라멩코까지 넘나든다. 아르헨티나 출신 아버지와 뉴욕 출신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선천적 시각장애인. 그의 이름 앞에는 이미 ‘스티비 원더의 계승자’라는 수식어가 놓여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다양한 상차림은 ‘너만의 음악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를 남긴다. EMI.
〈문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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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은 ‘스티비 원더’를 보고 노래를 정말 잘 부른다고 했다. 좋아하는 가수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스티비 원더가 직접 하모니카 연주까지 해준, 스티비 원더의 보컬과 조지 벤슨의 기타를 겸비한 흑인 음악계의 새로운 보석이라는, 맹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추앙받고 있는 라울 미동에게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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