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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5.01.22 11:06:57]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2004년 한 해 당신이 사들인 가요CD는 몇 장이나 되는가.
언제든 무료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음반업계가 된서리를 맞는 건 당연한 일. 3~4년 전만 해도 4000억원대에 육박하던 음반시장은 현재 1000억원대로 줄었다. 1994년 단일음반으로 287만장을 판매한 김건모, 6장의 음반으로 총판매량 1000만장을 넘긴 신승훈 등 ‘밀리언 셀러’의 신화는 2001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영화는 1000만 관객시대를 맞이한 반면 지난해 음반판매 1위를 기록한 서태지 7집은 50만장을 넘기지 못했고, 기획사 사이에선 6만~7만장 팔린 음반도 ‘대박’으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장사가 안될수록 가요계는 점차 ‘SM-YG-JYP’ 3강체제로 재편돼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동방신기’와 ‘보아’(SM엔터테인먼트), ‘세븐’과 ‘휘성’(YG기획) 그리고 ‘비’와 ‘god’(JYP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가요계의 주류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건 모두 3개의 대형 음반기획사 소속 가수들. SM은 이수만, YG기획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 그리고 JYP는 박진영 등 세 곳 모두 뮤지션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이들 모두 음반기획뿐 아니라 방송 영화 게임 뮤직비디오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이제 음반기획사들은 음악과 관련한 사업에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개념으로 가고 있다”며 “HOT를 만든 이수만씨가 스타메이킹을 산업화한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력과 대형 스타를 보유한 3강(强)의 경쟁도 음반시장 위기를 맞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온라인 음악산업과 해외진출. 일본에서 1500억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1인 기업’ 보아의 성공모델이 있는 데다, 국내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이 2003년 1850억원으로 음반시장을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2004년 10여장의 음반을 내놓은 SM은 저돌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을 뚫을 계획이다. 주 타깃은 13억 인구의 중국과 거대 음악시장을 가진 일본. SM은 2월부터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5개 도시에서 ‘K-POP 아시아 신인류 연예인 선발대회’를 개최해 동방신기와 여성 4인조 그룹 천상지희의 중국인 멤버를 뽑는다. 이미 중국에서 10대 5명을 캐스팅해 국내에서 춤 노래 연기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SM 김경욱 사장은 “곧 한국기획사 소속 중국인 가수가 탄생하게 된다”며 “모든 SM 음반은 중국어로 번역돼 발매된다는 것도 우리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SM소속 록밴드 ‘트렉스’는 작년 12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싱글 ‘Scorpio’를 발표하고 앨범제작에 ‘X-Japan’ 멤버 요시키를 참여시켰다. 동방신기도 올 6월 일본에서 정규앨범 1집과 싱글 2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가간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음원(音原)시장의 가능성은 무한대”라며 “해외사업과 온라인 음악시장(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벨소리와 통화대기음시장 등)을 기반으로 아시아 최고의 미디어 대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SM을 무섭게 추격하는 것은 흑인음악의 명가 ‘YG기획’. 세븐과 휘성, 빅마마 등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빅스타들을 배출해낸 YG는 지난해 음반 불황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YG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세븐의 싱글앨범이 올 2월 일본에서 발표되며 YG는 ‘X-Japan’을 키워냈던 일본의 대형음반사 ‘언리미티드’에 아예 세븐의 프로모션을 일임했다. 휘성도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을 보유한 일본에서는 불법 다운로드에 의한 피해가 적은 데다 공연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YG기획의 이상철 홍보팀장은 “YG의 자랑은 비주얼보다 음악적인 색깔(힙합 위주)로 승부한다는 것”이라며 “1~2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을 발굴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YG 역시 온라인 음악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가수 세븐은 디지털 싱글 ‘크레이지’를 인터넷 음악 사이트 펀케익닷컴(www.funcake.com)을 통해 발표했고, 단 6시간 만에 20만명이 이 곡에 접속했다. 이 중 8만명은 800원을 내고 신곡을 다운로드 받아 감상했다. 한 곡만으로 6시간 만에 64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었다. 음반 없이 인터넷으로만 유료 다운로드를 받아 곡을 감상하는 국내 첫 시도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에 올라선 JYP 엔터테인먼트는 아예 한국의 음반기획 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진영이 현재 미국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진영은 작곡가 방시혁과 함께 목사 출신 힙합 뮤지션 메이스의 신보 수록곡 ‘The love you need’를 공동작곡해 미국 진출에 성공했으며 프로듀서 릴 존과 윌 스미스 등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진영은 아시아를 뛰어넘어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비스타도 양성하고 있다. JYP 측은 “비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실력과 비주얼을 갖춘 13세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중국어는 이미 정복한 상태고 현재 미국의 유명 사립학교에 입학시켜 현지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JYP의 간판스타 비가 출연한 ‘상두야 학교가자’가 일본의 니혼 TV에 방영됨과 동시에 오는 2월 비의 일본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이 발표된다. ‘풀하우스’를 통해 연기자로 인정받은 비에게 현재 대기 중인 시나리오만 200개. JYP는 이를 계기로 연기자팀을 따로 둬 신인연기자를 배출하고 앞으로 드라마 뮤직비디오의 외주제작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온라인 시장에 파고드는 힘이야말로 JYP의 경쟁력. JYP의 대주주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라는 사실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의 효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인 만큼 JYP는 ‘다음’과 함께 온라인상에서의 스타 마케팅과 이벤트 개최에 총력을 다하고 대형 이동통신사와도 협력해 모바일 음악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인 주간조선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artemis.chosun.com])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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