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 중에서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구절처럼 가장 화려할 것 같은 스타들의 밥상이 때로는 왕후의 밥은커녕.걸인의 찬만도 못할 때가 허다하다.
녹화에 쫓기다 보면 김밥 떡볶이 샌드위치 등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 녹화장으로 때아닌 피자와 과일을 비롯해 거하게 차려진 밥과 반찬이 배달돼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필자 역시. 우렁 각시가 보내기라도 한 듯 맛있게 먹긴 했는데 알고 본즉슨 출연 게스트들의 팬클럽이 스타와 스태프를 위해 보내온 것이었다.
그 원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룹 ‘신화’ 팬클럽에서 비롯되었다는데. 자신이 아끼는 그룹의 멤버들이 혼자 활동하면서부터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예전에 god의 손호영과 김태우가 솔로 컴백한 직후 KBS2 ‘해피투게더-프렌즈’에 출연하던 날. 대기실에 산해진미가 가득 담긴 왕후의 12첩 반상이 부럽지 않은 찬합이 배달된 적이 있다. 10인분이 훨씬 넘는 양 덕분에 유재석과 이효리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까지 호의호식했다.
얼마 전에도 ‘프렌즈’ 녹화장에 요즘 그 유명하다는 ○○○도넛 상자가 수십 통이나 배달됐다. 바로 ‘프렌즈’의 새로운 안방마님 유진의 첫 녹화를 기념하고자 그의 팬클럽 ‘Pisces’(물고기 자리)가 스태프 먹으라고 아침 일찍 사다 놓은 것이었다. 어쨌든 새 MC 유진 덕에 조명. 카메라. 오디오 팀까지 100여 명의 스태프가 도넛을 실컷 먹게 됐다.
“늘 고맙죠. 가끔 밥밖에는 못 사는데…. 영화 촬영장으로도 응원을 왔더라구요. 영화 대박이라고 적은 양말이랑 돼지 휴대폰 줄. 도넛까지 공수해왔더라고요.”
사실 팬클럽마다 다들 특색이 있다. ‘신화’ 팬클럽은 일단. 손이 크다는 것. 신화 오빠들이 선전하는 피자와 함께 과일까지 박스 채로 줄 때가 많다. 그리고 이효리 팬클럽은 ‘프렌즈’ 녹화를 하는 11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효리의 간식 떡과 빵. 과자를 다양하게 준비해놓았는데. 늘 ‘효리 투게더’라는 정성스러운 스티커를 동봉했다. 게다가 어찌 알았는지 이효리가 전날 술이라도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국물이 있는 우동까지 배달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이런 팬클럽의 활동은 단순히 스타를 맹목적으로 좇는 것이 아니라 팬클럽에 대한 이미지 쇄신은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스타들은 대중을 위해 늘 변신을 한다. 하지만 대중은 늘 변심을 한다. 북극성처럼 방황하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돼 주어야 하는 것이 스타의 의무이듯 팬들 역시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도록 늘 힘이 돼 주어야 하는 게 그들의 몫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