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올려 말아 했는데 비교를 하는거라 좀 그래서요.그래도 뭐 기사니까
코디 이뻐 이뻐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230&article_id=0000000575
[스타일] 욕심이 패션을 망친다
[매거진t 2006-11-09 12:34]
김태우 VS 손호영
진짜 나이를 많이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나이를 먹으니 안 좋은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좋고, 먹고 싶은 것을 내 돈 주고 실컷 사먹을 수 있어서 좋다(어째 좀 서글프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싸우는 일이 줄어든 것도 좋다.
가요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쏠쏠한 재미
싸울 일이 줄어들었다는 건 애정을 가진 대상이나 어떤 대상을 향한 애정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할 일이 줄어들었으니 하루하루 지내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옛날엔 이승환과 신해철 중 누가 더 노래를 잘 하나를 두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내가 ‘승철 오빠’ 팬이라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내 앞에서 ‘승철 오빠’를 욕하는 친구에게 토라져 며칠씩 말을 안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역시 비보다는 세븐이 귀엽지’ 하다가도 비가 TV에 나와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그 나름대로 즐거우니, 좋아하는 가수의 경쟁자가 TV에 등장하면 혼자 파르르해서는 채널을 돌려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에 비하면 즐거움이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암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요즘 가요 프로그램들이 너무 재밌다. 신승훈도 나오고, 엄정화도 나오고, 성시경도 나오고, 이정현도 나오고….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가수들은 아니지만 얼굴과 이름을 아는 가수들이 가요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반갑고 즐거워서 몇 주 동안 가요 프로그램들을 눈여겨봤는데 그러는 동안 무대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아아아아 아이스크림”을 외치는 MC몽이 귀엽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포털 사이트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파란’이 노래하는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몇 주만 더 열성적으로 시청하다 보면 수퍼 주니어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조리 매치시킬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아, 이렇게 기특할 수가!
태우씨, 과욕 부리지 마요
근 몇 년 만에 가요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게 된 덕에, 이번 주에는 베스트&워스트 드레서도 가수 중에서 선정할 수 있게 됐다. 보시다시피 베스트 드레서 손호영, 워스트 드레서 김태우다. 김태우는 공을 너무 많이 들여서 오히려 전체적인 스타일을 망치는 케이스, 욕심이 너무 부리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었다. 11월 5일에 방영된 SBS 인기가요에서 그는 넥타이 두개를 겹쳐서 ‘전위적인 모양’으로 매고, 거기에 기다란 목걸이를 하고, 귀에는 달랑거리는 십자가 귀걸이를 하고, 커다란 보잉 선글라스를 쓰고, 라펠 단추 구멍에 브로치를 꽂고, 여러 겹의 체인으로 아랫배와 엉덩이 부분을 감싸고 등장했다. 사진을 보지 않고, 글로만 읽더라도 이건 너무 과하다 싶지 않은가? 이 수많은 액세서리 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개만 뺐다면 좋았을 것을.
같은 날, 같은 방송에 손호영은 검은색 턱시도에 검은색 셔츠 차림이었다. 커머 밴드(남자들이 턱시도를 입을 때 매는 폭이 넓은 벨트의 일종)는 했지만 타이는 매지 않았다.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맸다면 평범한 옷차림이 되었을 것이고, 보우 타이를 맸다면 자칫 웨이터처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타이를 매지 않는 대신 라펠에 코르사주를 꽂아 밋밋함을 더한 센스 역시 돋보였다. 김태우의 옷차림이 설탕과 간장과 후추와 소금을 마구 집어넣어 재료의 맛을 망친 잡탕이라면, 손호영의 옷차림은 최소한의 양념으로 맛을 낸 맑은 장국쯤 되지 않을까.
촌스러워도 좋으니까 개성이 필요해
그 때를 아십니까? H.O.T
그런데 누가 옷을 잘 입고 못 입고를 떠나, 가요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게 있다. ‘그 시절’, 가격 태그도 떼지 않은 벙거지 모자나 스커트 차림으로 등장해 옷차림만으로도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명동 시내를 어이없을 정도로 빨갛고 노랗고 파란 털 귀마개와 벙어리장갑으로 뒤덮이게 만들었던 H.O.T처럼 자신들만의 옷차림을 선보이는 가수들이 전혀 눈에 띄질 않는 것이다. 모델이나 탤런트 뺨치게 훌륭한 외모와 체격 조건을 갖춘 가수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의상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가수들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향상된 덕일 테니 박수를 쳐야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아쉽다. 촌스럽고 조악할망정, 그 촌스럽고 조악한 무대 의상을 구경하고 은근슬쩍 따라해 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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