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zen

위기의 연말 가요시상식,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일보]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2&article_id=0000193224

위기의 연말 가요시상식,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일보 2006-11-14 10:03

세븐, 빅뱅, 렉시 등이 활동하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이사는 1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가수들의 가요 시상식 출연을 모두 자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음반 시장이 처한 최악의 상황이 시상식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점, 또 작은 국내 음악시장에 비해 가요시상식이 너무 많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시상식 간에 각기 다른 선정 기준으로 신뢰성을 잃어가는 것도 한 몫했다. 상의 의미가 작아진 만큼, 시상식에 연연하기보단 보다 나은 가수를 키워내는데 힘쓰고 싶다는 입장인 것이다.
연말 가요 시상식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거세다. 지난해 SG워너비가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 불참하면서 연말 시상식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변화의 조짐은 없는지 추적해본다.

# 연말시상식, 결국엔 가족잔치 아니야?
시상식이 끝없는 시비에 시달리는 것은 바로 ‘인기투표’ 항목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웬만큼의 팬이 아니고서야 웹페이지에 들러 투표를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30초 단위로 요금이 쑥쑥 올라가는 모바일 투표는 언감생심이다. 가수의 홍보를 맡고 있는 매니저들조차도 두 세번 투표하다 지치는 것이 요즘 시상식 투표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는 일반 대중이 아닌 ‘충성도 높은 팬 집단’인 셈이다. 10대 팬에게 어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시상식을 독식하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이 과정에서 시상식 측은 홈페이지의 페이지뷰도 올리고, 모바일 수익을 확보하는 등 ‘매부 좋고 누이 좋은’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기여도’가 수상작의 상당부분을 좌우한다는 점도 물증은 없지만 미심쩍은 부분이다. 관례적으로 노미네이트는 주관사 내부 PD들이 정하고, 수상작만 ‘대중’이 고를 수 있는 구조다. PD도 엄연한 대중산업 관계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자사 이익’을 100%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불편한 관계에 있는 가수를 초청해서 상을 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최종선정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 역시 그 ‘전문성’이 모호하다.
최종 선정과정에 참여하는 ‘대중’은 너무 적다. 1000명도 안되는 한국 표본집단의 의견이 한국 대중을 대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가수’를 찍게 되고, 이는 쇼오락프로그램에서 많이 본 ‘인지도 있는 가수’가 선정되는데 크게 한몫하게 된다.
결국 가요 시상식은 주관사와 팬클럽,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가수들끼리 즐기는 ‘집안행사’가 되는 것이다.

# 조금씩 바꿔나가야
시상식을 주관하는 측도 고민이 없진 않다. 결국 TV중계를 목표로 이뤄지는 시상식인데, 톱가수 대신 대리수상자가 나서는 건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가수를 ‘모셔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을 고루 분배해야 한다. 어차피 대중의 관심이 음악이 아닌 가수에게 쏠리는데 섭외에 열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수상자에 얽힌 시비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됐다. 사실 음악도 사랑받고, 인지도도 높은 동시에, 이슈메이커 노릇도 하는 아티스트는 사라진지 오래. 한 시상식 관계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이후부터 한국 가요시장은 세대별로 극명히 나뉘게 됐다”면서 “특히 온라인 다운로드가 활성화되면서 ‘절대적인 히트곡’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유명 퍼포먼스 가수를 택하면 누군가는 노래를 모른다고 할 것이고, 온라인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수를 택하면 일부에서는 ‘얼굴도 처음보는데 무슨 인기가수야?’라고 할 것은 뻔하다. 이 관계자는 “음악을 소비하는 매체별로 다양한 카테고리를 마련, 수상자를 검토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또 다른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미 너무나 팽배해져버린 불신 풍조도 버겁다. ‘Mnet KM 뮤직페스티벌’은 최근 손호영의 팬들로부터 ‘왜 손호영을 후보 리스트에서 뺐냐’는 원성에 시달렸다. 주관사 측은 “애초에 나돌던 후보작 리스트가 가짜였다”고 강조했지만 의혹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시상식은 또 해킹으로 인한 부정투표가 대거 발생, IP, ID, 투표시간 등을 고려해 일괄 삭제하는 작업까지 하는 등 공정성에 힘쓰고 있으나 이러한 전후사정을 ‘믿지 않는’ 팬들의 의혹제기가 뒤따라 울상이다.

가수들의 협조도 아쉬운 상황. 연말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가수 섭외가 빨리 이뤄져야 독특한 무대연출을 준비할 수 있는데 가수들의 연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아직 출연자를 확정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상식이 급격하게 변하는 한국가요시장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아침에 완벽한 결과를 낼 순 없지 않겠냐”면서 “외면해버리지 말고 조금씩 나아지는 점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투명한 후보작 선정과정 대중의 관심 환기시켜야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연말 가요 시상식의 위기에 대해 “우선 음악인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대중가요 시상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을 주지 않으면 안간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금의 시상식 풍토로 볼 때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상식 자체가 주관사들의 ‘집안 행사’ 성격이 강하니 가수들이 참여하기 꺼려한다는 것. 손님처럼 끌려다니기만 하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것이 강씨의 입장이다. 강씨는 “그나마 가수들이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은 ‘다음해 방송사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안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뿐”이라며 “상도 안주는데 ‘남의 잔치’에 갈 이유는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난립하고 있는 시상식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권위있는 시상식을 만들어 매년 번갈아가며 중계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각자 따로 시상식을 마련, 빠듯한 예산에 시달리지 말고 한번을 해도 제대로 된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미국의 그래미, 아카데미 등 권위있는 시상식은 투표인단이 관련종사자 2000명은 되는데 우리는 그 인원이 너무 적어 각자의 이해득실이 관계될 수 있다”면서 “설혹 공정하게 투표한다 해도 의혹의 눈길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물론 하루 아침에 우리한테 아카데미나 그래미가 생기길 기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 후 “후보작부터 투명하게 뽑고,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린 기자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