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영아,
이제는 12시가 넘었으니 크리스마스다
용기와 사랑과 위로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오늘은 내 친한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모두가 즐거워 하는 날에 활기가 넘치는 시내에 기쁜 마음으로 나갔다가,
잠시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옆에 두었던 폰이 없어진거지.
전화를 했더니 다행스럽게 상대가 받았고.
그 사람은 돌려주겠다며 장소를 말하고 친구는 고마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약속한 장소로 가며 도착할 무렵 전화를 걸었고.
그 사람은 그 후로 수십 번을 한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새로 산지 얼마 안 된 핸드폰을 잃어버린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괜찮아-라고 하기엔 절대로 괜찮지않을 그의 마음과
믿었던 고마운 사람이 한순간 나쁜놈으로 전락해 버리는 그 상황은,
"남들은 크리스마스라고 선물을 받는데.. 난 갖고있는 것도 잃어버린거네..하하"
이렇게 허탈히 웃으며 말하는 친구를 보는데,
나는 왜 주책스럽게 눈물이 났을까.
추운날씨 갔던 곳을 또 가며 코끝이 시리고 손이 얼도록 헤매고 다녔던 기억때문에?
하하호호 즐거운 웃음속에 다급한 표정으로 주위를 정신없이 둘러보던 우리가 안타까워서?
아니면 당장 입사신청서를 넣어둔 회사가 여러군데인지라 받을 전화가 많은 친구의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서?
모두 다 정답이지만,
걔가 웃어서 그랬어. 나는 못 웃겠더라고.
그래, 너무 억울했어.
백수가 무슨 새 폰이냐며 벼르고 벼르고 미루고 미루다 산 그애가 안타까워서.
그걸 왜 잃어버려 너 바보냐- 소리 들을 친구가 안쓰러워서 말야.
모두가 케잌을 들고 바삐 거리를 걷는 밤에 둘이 앉아서 소주를 한 잔 하는데.
사촌동생에게 문자가 왔어
언니 공연 너무 잘봤어 고마워- 하면서.
서울에 있는 나 대신 내가 보낸 표로 자신의 친구와 너의 공연을 즐겼거든..
그래, 공연을 잘봤냐- 전화를 했더니
응, 호영이오빠가 너무 좋아, 그래서 마음이 이상해 하고 웃어버리더라.
그리고 나는 이곳에 와서야 그저 웃을 수 없었던 너의 공연소식을 알았다.
헤어지기 전에 친구가 그랬어.
"야, 그래도 내가 폰 잃어버려서 점심만 먹고 가려던 니가 나랑 밤까지 같이 있었잖냐-"
내가 너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호영아.
"오래도록 함께 있을게 "
그리고ㅡ
어쩐지 올해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잊어버릴 수 없을 것만 같아 호영아.
동생이 했던 말을 빌려서 하면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네가 참 좋아서 마음이 이상해-"
호영이와 그의 딸기들이 누구보다 사랑충만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기를.
술 취한 딸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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